태백 이야기가 피어나는 책방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황지로 62-15 1층에 자리한 문어책방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그림책을 살펴볼 수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이다. 작은 동네 책방의 형태를 갖췄지만, 판매할 책을 진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태백의 음식과 문화, 지역 이야기를 그림책과 팝업북으로 기록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책방 유리창에는 그림책을 아이와 어른을 이어주는 다정한 다리로 표현한 문구가 적혀 있다. 내부의 구성 역시 이 같은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린이를 위한 귀여운 그림책부터 어른이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 만한 작품까지 폭넓게 놓여 있어, 그림책을 특정 연령만의 책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표지부터 천천히 만나는 그림책
문어책방 안으로 들어서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그림책들이 먼저 시선을 끈다. 책등만 보이도록 꽂아두기보다 표지 그림이 잘 드러나게 세워둔 책이 많다. 방문객은 서로 다른 색감과 그림체를 비교하며 책장을 따라 천천히 이동할 수 있다.
밝고 귀여운 표지의 책이 있는가 하면, 차분한 색채와 생각할 거리를 담은 책도 보인다. 어린이가 흥미롭게 펼쳐볼 만한 책과 어른에게 긴 여운을 남길 만한 책이 같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림책은 짧고 쉬운 책이라는 고정된 인식보다 그림과 문장을 함께 읽는 독립적인 장르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그림책을 직접 고르는 과정에서는 오프라인 서점만의 장점도 드러난다. 방문객은 종이의 질감을 손으로 확인하고, 책을 펼쳐 그림의 분위기와 문장의 분량을 살펴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읽기에 알맞은지, 선물받을 사람의 취향과 어울리는지도 현장에서 차분히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찾을 때는 표지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장을 넘겨보며 서로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먼저 눈길을 주는 그림이 무엇인지 살피고, 함께 읽을 문장의 길이와 내용도 비교할 수 있어 책을 고르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독서 경험이 된다.
독서의 부담을 낮춘 공간
책장 사이에는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는 짧은 메시지들이 놓여 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온 선택을 응원하고, 당장 읽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책을 곁에 두는 일부터 시작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러한 문구는 독서를 숙제처럼 느끼는 사람에게도 편안한 분위기를 전한다. 많은 분량을 단번에 읽어야 한다는 압박 대신 표지 한 장, 그림 한 장, 짧은 문장 하나를 천천히 만나는 방식도 독서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는다. 책방 한편의 테이블에서는 필사도 할 수 있어 마음에 남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으며 머무를 수 있다.
전국의 여러 그림책방을 소개하는 내용도 공간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림책 전문서점이라는 형태가 태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살펴볼 수 있다.
태백의 감자를 담은 감자젤리
문어책방의 뚜렷한 특징은 운영자가 그림책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다는 데 있다. 판매되는 책을 소개하는 서점의 역할과 함께 새로운 지역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실의 성격도 지닌다.
직접 만든 그림책 가운데 하나인 감자젤리는 태백에서 익숙한 음식인 감자옹심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귀여운 캐릭터와 그림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젤리는 감자옹심이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친근하게 나타낸 표현이다.
책장을 펼치면 감자가 옹심이로 완성되는 과정이 그림으로 차례차례 이어진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흐름을 어린이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 태백의 음식 이야기를 그림책이라는 형태로 남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역 음식은 식탁에서 경험하고 사라지기 쉽지만, 그림책으로 기록하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감자옹심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캐릭터와 장면으로 옮긴 감자젤리는 문어책방이 지역을 바라보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손으로 펼치는 태백 이야기
태백을 소재로 한 작업은 그림책에만 그치지 않는다. 책방에는 운영자가 만든 팝업북 키트도 마련돼 있다. 단군왕검 이야기와 은하수뿐 아니라 연탄구이와 물닭갈비를 소재로 삼은 팝업북도 볼 수 있다.
팝업북은 종이를 펼쳤을 때 장면이 입체적으로 일어나는 방식이어서 어린이가 직접 만들고 움직이며 내용을 접할 수 있다. 태백의 음식과 문화를 설명으로만 전달하지 않고 손으로 조립하고 눈으로 확인하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그림책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연탄구이와 물닭갈비처럼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이 팝업북의 장면이 되면서 태백의 일상은 어린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바뀐다. 단군왕검 이야기와 은하수 역시 입체적인 종이 장면을 통해 새롭게 살펴볼 수 있다.
작은 서점 안에 태백의 음식과 이야기, 지역의 모습을 관찰해 만든 결과물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은 문어책방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한다. 이곳은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인 동시에 태백의 소재를 수집하고 시각적인 이야기로 옮기는 작은 작업실이기도 하다.
책장 사이에서 만나는 소소한 재미
문어책방에는 그림책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문구와 소품도 진열돼 있다. 책장을 살피다가 작은 물건을 구경할 수 있어 공간을 둘러보는 흐름이 한층 다채롭다.
한쪽에는 그림책 속 문장을 뽑을 수 있는 장치가 놓여 있다. 곁에 마련된 코인을 넣으면 작은 종이 안에 담긴 한 문장을 만나는 방식이다. 어떤 문장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개된 문장 가운데에는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등장하는 그림책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비늘을 자랑하던 물고기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다가 문어와 불가사리의 조언을 듣고 비늘을 하나씩 나누며 관계와 나눔의 기쁨을 알아가는 흐름을 담고 있다.
벽면에는 책방을 찾은 사람들이 읽은 책에 관해 적어둔 짧은 메모도 붙어 있다. 방문객이 남긴 감상을 하나씩 살펴보면 같은 공간을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어떤 책과 문장에 머물렀는지 엿볼 수 있다. 책을 고르는 사람과 읽은 사람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장치다.
책방 내부의 벽 장식은 책 속 상상력이 공간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표지가 보이는 책장, 방문객의 메모, 문장 뽑기와 작은 소품이 함께 어우러지며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책 선물
문어책방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는 보여주고 싶은 비밀, 고영희 여사의 고만고만한 고등어 이야기, 고양이찻집,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등이 소개됐다. 제목과 표지의 개성이 서로 달라 책을 고르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는 독서 습관과 장르 취향에 따라 선택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림책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고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문장이 많지 않더라도 한 구절이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 건네는 선물로도 살펴볼 만하다.
그림책을 선물할 때는 받는 사람의 나이만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표지의 색감과 그림체, 이야기의 분위기, 문장의 분량을 직접 확인하며 어울리는 책을 찾을 수 있다. 정성스럽게 구성된 표지 자체도 선물의 인상을 더한다.
문화 활동으로 넓어질 동네 책방
문어책방은 앞으로 작가와의 만남과 북토크 같은 소규모 문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책을 판매하는 기능에서 나아가 주민들이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동네 책방에 사람들이 모여 같은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는 지역의 독서 문화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어책방이 이미 보여주고 있는 필사 공간과 방문객 메모, 지역 콘텐츠 제작 활동도 이러한 방향과 맞닿아 있다.
문어책방의 핵심은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와 어른, 독자와 창작자, 태백의 일상과 지역의 기록을 잇는 데 있다. 한쪽 벽을 채운 다양한 그림책에서 출발해 감자옹심이와 연탄구이, 물닭갈비 같은 지역 소재로 시선이 이어지는 구성이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문어책방 장소 정보
| 구분 | 내용 |
|---|---|
| 이름 | 문어책방 |
| 형태 | 그림책 전문서점 |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황지로 62-15 1층 |
| 주요 구성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 태백 소재 창작 그림책과 팝업북 키트, 문구와 소품, 필사 공간, 문장 뽑기, 방문객 메모 |
| 향후 계획 | 작가와의 만남과 북토크 등 소규모 문화 활동 |
문어책방은 규모보다 콘텐츠의 방향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책장을 따라 그림책을 살펴보고, 필사와 메모를 통해 문장을 되새기며, 태백의 음식과 이야기가 책과 팝업북으로 바뀌는 과정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태백의 지역성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그림 언어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동네 책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