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억을 새긴 판화

Last Updated :
시장 기억을 새긴 판화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의 도계 작은미술관 앤드에서 지역 주민의 삶과 전두시장의 오랜 기억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전두시장 오늘도 문 엽니다다. 상인들의 생업과 주민들의 일상이 이어져 온 시장을 배경으로, 사람과 생활용품에 쌓인 시간을 판화와 애니메이션, 자수 이야기 등으로 보여준다.

전시 관람 정보

전시명전두시장 오늘도 문 엽니다
전시 기간2026년 9월 9일부터 10월 30일까지
운영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무료
장소도계 작은미술관 앤드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로 47

전두시장의 일상을 예술로

전두시장은 도계 주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이어져 온 공간이다. 상인에게는 생업의 터전이고 주민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생활 공간이다. 오랜 세월 사람이 오가고 거래가 이어지는 동안 도계의 생활문화도 시장 곳곳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번 전시는 시장의 외형만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시민큐레이터들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생활용품을 살폈다. 평범하게 보이던 물건이 누구의 손에서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작품으로 드러낸다.

전시의 중심에는 유명하거나 화려한 물건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업과 가족의 삶을 지탱해 온 손때 묻은 도구가 놓여 있다. 관람객은 사물의 모양을 보는 동시에 그 안에 남은 노동과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손때 묻은 물건을 새긴 판화

황흥진 시민큐레이터는 전두시장 상인들의 삶과 함께해 온 물건을 판화 작품으로 표현했다. 한복집 김순자 씨의 바늘꽂이, 떡집 권삼례 씨의 체, 채소가게 김춘자 씨의 십자수 보자기 등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

바늘꽂이는 바느질을 돕고, 체는 떡을 만드는 과정에 쓰이며, 보자기는 물건을 감싸고 보관한다. 일상에서는 익숙하게 지나칠 수 있는 물건이지만, 오랫동안 한 사람의 일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저마다 다른 의미를 품는다.

상인들은 손때가 밴 물건의 모습을 고무판에 새긴 뒤 검은색으로 찍어냈다. 물건의 윤곽과 사용 흔적은 단순한 색감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매일 반복된 노동의 시간과 물건에 얽힌 기억이 판화 한 장에 함께 담긴 셈이다.

판화로 다시 태어난 생활용품은 전두시장 사람들의 생업이 어떻게 오랜 세월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 전시장에서는 익숙한 도구가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하는 작품으로 바뀌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을 돌본 손길과 도구

이은숙 시민큐레이터는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던 손길과 그 시간이 남아 있는 생활 도구에 주목했다. 다듬이와 가위, 재봉틀, 바늘꽂이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가족의 생활을 돌보며 오랜 세월 사용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무게를 지닌다.

특히 전시장 한쪽에 놓인 어머니의 재봉틀에는 한 가족의 삶이 담겨 있다. 어린 삼 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 어머니는 친척집에 머물며 양장 기술을 배웠다. 이후 재봉틀과 함께 아이들을 키워냈다.

재봉틀은 옷을 만드는 기계인 동시에 가족을 지탱했던 노동의 시간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쉼 없이 가족을 돌본 어머니의 손길과 아이들이 자라난 시간이 한 사물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전시장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재봉틀에 담긴 개인의 기억이 영상과 만나면서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의 시간이 한층 생생하게 펼쳐진다.

보자기에 남은 오랜 세월

김윤희 시민큐레이터는 보자기에 놓인 자수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냈다. 오랫동안 풀지 않은 채 간직해 온 보자기에는 한 사람의 세월과 기억이 함께 남아 있다.

스무 살에 시집온 뒤 58년 동안 보관해 온 보자기는 긴 시간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천과 자수에 남은 흔적을 따라가면 마음속에 간직돼 있던 이야기도 작품의 일부로 다가온다.

오래된 보자기는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한 사람의 젊은 시절과 가족의 시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기억을 품은 기록물로 제시된다. 이번 전시가 낡은 물건의 형태보다 그 안에 담긴 삶을 바라보게 하는 이유다.

작은 전시실에 모인 큰 이야기

전시는 건물 2층 공간으로 이어진다. 작은미술관이라는 이름처럼 규모는 아담하지만, 건물 안팎에서는 예술 작품과 지역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2층 전시실에서는 미술관과 전시에 관한 설명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감상이나 기억에 남는 작품,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벽에 걸린 글에는 서로 다른 관람객의 생각과 감상이 모인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전시의 의미도 넓어진다.

조용한 전시 공간에는 시장에서 사용된 물건과 주민들의 이야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판화와 영상, 자수에 담긴 사연을 차례로 살피며 전두시장 사람들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도계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사진

미술관 외부에서는 도계의 생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 자료도 전시된다. 도계는 석탄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지역이다.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활 모습도 함께 달라졌다.

지역의 과거를 담은 사진은 도계가 걸어온 시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시장 안의 생활용품과 상인들의 사연이 개인의 기억을 보여준다면, 외부 사진 자료는 지역의 산업과 생활이 변화해 온 흐름을 전한다.

도계 작은미술관 앤드는 2025년 10월 정식 개관한 문화공간이다. 주민들이 생활 가까이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으며, 도계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작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물로 만나는 지역의 역사

전두시장 오늘도 문 엽니다 전시는 시장 사람들의 물건과 사연을 통해 도계의 생활문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바늘꽂이와 체, 보자기, 다듬이, 가위, 재봉틀처럼 익숙한 도구가 작품의 중심에 서면서 평범한 일상이 지닌 의미도 선명해진다.

전두시장 상인들이 간직해 온 물건과 개인의 기억, 도계의 산업과 생활을 담은 사진은 서로 연결돼 지역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전한다. 관람객은 오래된 사물을 바라보며 한 사람의 생업과 가족의 삶, 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진 공동체의 시간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번 전시는 2026년 10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도계 작은미술관 앤드는 지역 주민의 일상과 기억을 문화예술로 연결하며, 생활 가까이에서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장 기억을 새긴 판화
시장 기억을 새긴 판화
시장 기억을 새긴 판화 | 강원진 : https://gwzine.com/7761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강원진 © gw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