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빛에 새긴 삼척의 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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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에 새긴 삼척의 두 시대

삼척의 탄광시대와 명태 덕장의 기억이 수묵담채화로 다시 펼쳐진다. 삼척 중앙시장 인근에 자리한 우리동네 MG갤러리에서는 삼척 출신 남은정 작가의 전시 《남은情-두 시대의 조우》가 무료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시대를 지나온 삼척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도계 탄광에서 석탄을 캐며 생업을 이어간 광부들의 시간과 정라동 나릿골에 자리했던 명태 덕장의 풍경이 먹색과 엷은 채색을 통해 차분하게 이어진다.

우리동네 MG갤러리 전시 정보

전시명남은情-두 시대의 조우
작가남은정
장소MG삼척중앙새마을금고 2층 우리동네 MG갤러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진주로 28-41 2층
전시 기간2026년 10월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운영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휴관일토요일과 일요일
관람료무료

전시장은 삼척 중앙시장 인근에 있어 시장과 주변 지역을 찾는 관람객이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위치다. 별도의 관람료 없이 평일 운영시간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번 전시가 끝난 뒤에도 갤러리의 무료 전시는 이어질 예정이다.

수묵담채화로 되살린 삼척

전시 작품은 수묵담채화로 표현됐다. 수묵담채화는 먹색을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그 위에 엷은 색을 더하는 방식이다. 강한 색채보다 먹의 농담과 절제된 채색을 활용해 풍경과 기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작품 속에는 죽서루와 덕산해변, 나릿골 등 삼척을 대표하는 여러 장소가 등장한다. 액자에 담긴 회화뿐 아니라 부채에도 삼척의 풍경이 그려져 있어 같은 지역이 서로 다른 화면과 형태로 표현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나릿골의 봄 풍경을 담은 작품에서는 마을과 계절의 모습이 엷은 색감으로 펼쳐진다. 전시장 전체에는 익숙한 지역 풍경을 회화로 옮긴 작품들이 이어지며, 관람객이 삼척의 공간과 그곳에 쌓인 시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연꽃에 담긴 탄광의 시간

작품 연꽃의 생애는 연꽃과 연밭의 변화를 통해 탄광 지역의 시간을 나타낸다. 활짝 핀 연꽃은 탄광이 활발하게 운영됐던 전성기를, 시든 연밭은 폐광 이후의 시간을 의미한다.

작품 속 연자방의 씨앗은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한때 지역의 삶을 지탱했던 탄광이 문을 닫은 뒤에도 그곳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시간을 준비한다는 흐름이 화면에 담겼다. 번성과 쇠퇴, 그리고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다림이 한 작품 안에서 이어지는 셈이다.

도계 탄광과 광부들의 기억

남은정 작가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도계의 과거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의 유년 시절이 깃든 도계의 성당을 비롯해 광부들의 모습을 그린 빛을 캐는 사람들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탄광은 석탄을 생산하는 산업 현장이면서 광부와 가족들의 생활 기반이기도 했다. 작품들은 시설이나 풍경만을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을 화면 중심에 놓는다. 먹빛으로 표현된 광부들의 모습은 도계가 지나온 산업의 역사와 생활의 무게를 함께 전한다.

마지막 입갱이 남긴 기록

마지막 입갱은 대한민국 마지막 국영탄광인 도계광업소 광부들의 마지막 출근길을 기록한 작품이다. 오랜 기간 막장에서 함께 일한 광부들의 표정이 담겨 있으며, 탄광시대가 끝나는 순간을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마지막 출근길은 단순한 하루의 이동이 아니다. 한평생 이어진 노동과 동료들의 기억, 지역의 한 시대가 마무리되는 장면으로 제시된다. 관람객은 광부들의 표정을 따라가며 도계 탄광시대와 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라동 나릿골과 명태 덕장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정라동 나릿골의 풍경이다. 작품에는 명태 덕장이 자리했던 마을과 눈 덮인 덕장의 모습이 담겼다. 도계의 탄광이 땅속에서 이어진 노동의 현장이었다면, 명태 덕장은 바다와 겨울 날씨 속에서 형성된 삶의 공간이었다.

서로 다른 장소와 생업을 다룬 작품들은 삼척이라는 한 지역 안에서 나란히 연결된다. 탄광과 명태 덕장은 모습도 일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전시의 두 중심축을 이룬다.

전시와 이어지는 체험 요소

전시장에는 작품 감상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소원덕장에는 소원을 적어 걸 수 있으며, 남은정 작가의 연 작품을 활용한 엽서도 볼 수 있다.

엽서 뒷면은 색칠할 수 있도록 구성돼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도 작품과 연계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삼척의 풍경과 전시 주제를 친숙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요소다.

그림으로 마주하는 지역의 역사

《남은情-두 시대의 조우》는 삼척의 장소를 나열하는 전시가 아니라, 그 공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묵담채화로 연결한다. 도계의 탄광과 정라동 나릿골의 명태 덕장은 삼척의 서로 다른 시대와 생활상을 보여주며, 작품 속에서 하나의 지역사로 만난다.

특히 마지막 입갱은 탄광시대의 끝을 광부들의 얼굴로 기록하며, 산업의 변화 뒤에 남은 사람들의 시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먹의 농담과 절제된 색채로 표현된 작품들은 삼척이 지나온 과거를 차분히 돌아보게 한다.

삼척 중앙시장 주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찾는다면 평일 운영시간과 휴관일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시는 2026년 11월 10일까지 진행되며, 우리동네 MG갤러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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