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시장 삶을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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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시장 삶을 새기다

전두시장의 오늘을 담은 전시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의 작은미술관 앤드에서 전두시장, 오늘도 문 엽니다 전시가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의 생업과 생활 도구, 가족을 향한 마음, 장날의 풍경을 판화와 사진, 한복, 자수 작품 등으로 풀어낸 자리다.

전시의 중심에는 사라져가는 공간을 강조하기보다 지금도 전두시장에서 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놓여 있다. 전시장 벽면과 진열대에는 시장 상인들의 손길이 밴 물건과 기억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따라 이동하며 도계의 산업과 생활사를 함께 품은 전두시장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70년 넘게 도계를 지킨 전두시장

전두시장은 1951년 5월 개설된 재래시장으로 7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탄광 산업이 번창하던 시절에는 삼척의 대표적인 탄광 지역이었던 도계읍의 광부와 주민들이 오가며 삶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장을 보고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을 넘어, 서로의 소식을 묻고 일상의 애환을 나누는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세월이 흐르며 영업을 멈춘 점포가 늘고 시장을 찾는 발길도 줄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문을 여는 상인들이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사람들과 시장에 남은 물건을 통해 전두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특히 매달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 열리는 장날에는 평소보다 활기가 더해졌다. 전시장에 소개된 사진에는 물건을 펼쳐 놓은 상인과 장을 보는 주민,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담겼다. 햇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시장 골목 안에서 장날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시민 큐레이터가 찾은 지역 이야기

전시 기획 내용에 따르면 시민 큐레이터들은 2025년 큐레이션 미, 큐레이션 유를 통해 발굴됐다. 이들은 빛으로 다시 피어나는 숨 전시를 마친 뒤 2026년 새로운 지역 이야기를 찾아 나섰고, 무더운 여름 동안 도계를 여러 차례 오가며 전두시장의 물건과 사람들을 만났다.

시민 큐레이터들이 주목한 것은 문을 닫은 가게의 숫자가 아니라 시장에 남아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시장 곳곳에 남은 도구와 사연을 살피고 상인들의 기억에 귀를 기울이면서, 전두시장의 삶을 여러 작품으로 구성했다. 지역 주민이 직접 지역의 이야기를 찾고 전시로 엮었다는 점에서 전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작은미술관 앤드 입구 오른편 벽면에는 전시의 기획 의도를 설명한 글과 정성스럽게 수놓은 수예품이 함께 걸렸다. 이를 시작으로 전시장을 따라가면 판화와 사진, 재봉 도구와 한복, 보자기와 자수 등 서로 다른 형식의 작품이 하나의 시장 이야기로 이어진다.

판화로 새긴 상인의 시간

시민 큐레이터 황흥진이 기획한 전두시장의 미 판화로 찍다에서는 상인들의 삶과 함께한 도구와 사물을 판화로 기록했다. 기획 내용은 생업에 평생을 바친 전두시장 상인들의 노력을 풍성한 가치를 만들어 온 아름다움으로 바라본다.

작업에 참여한 전두시장 어르신들은 흐릿해진 눈과 떨리는 손으로 지난날의 기억을 고무판에 새기고 검은색 판화로 찍어냈다. 매일 사용하던 물건과 가게의 모습은 단순한 도구나 장소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의 생업을 함께한 동반자로 표현됐다.

작품에는 가오리를 만지는 모습을 비롯해 태일한복 김순자, 시장떡집 권삼례와 관련된 장면 등 전두시장의 구체적인 인물과 공간이 등장한다. 손으로 파낸 선과 검은 잉크의 대비 속에 시장의 물건과 상인의 표정, 오랜 노동의 흔적이 담겼다. 전시장 안쪽으로 이어지는 판화에서도 전두시장의 또 다른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판화 한 장 한 장은 상인의 기억이자 전두시장이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관람객은 작품에 담긴 사물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과 오래 함께한 물건이 무엇인지도 되짚어볼 수 있다.

손끝으로 이어진 가족의 삶

시민 큐레이터 김은숙이 기획한 손끝으로 잇다는 수십 년 동안 사용해 닳은 생활 도구와 바느질 물품에 남은 시간을 조명한다. 여러 차례 이사하면서도 버리지 않고 간직한 다듬이와 가위, 재봉틀, 서랍 한쪽에 남은 낡은 바늘꽂이 등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됐다.

이 물건들에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기술을 배우던 시간과 아이를 그리워했던 마음, 가족을 위해 멈추지 않았던 손길이 겹겹이 남아 있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 노동은 가족의 삶을 지탱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집안의 기억으로 남았다.

전시장에는 곱게 걸린 한복도 소개됐다. 한복의 바느질과 형태에는 옷을 만든 사람의 기술뿐 아니라 그 일을 이어온 세월이 담겼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잠시 머물며 옷과 도구에 남은 삶의 흔적을 차분하게 살펴봤다. 서로 다른 작품을 각자의 속도로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조용한 전시장 분위기와 어우러졌다.

열일곱 살의 바늘에 남은 기억

전시장에 들어설 때부터 시선을 끄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보자기를 곱게 올려놓은 열일곱 살의 바늘이다. 이 작품에는 58년 동안 버리지 못한 자수와 지워지지 않은 시간이 함께 담겼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바느질과 스무 살에 시집온 뒤 이어진 삶의 시간이 바늘과 자수, 보자기 안에 고스란히 남았다. 아직 모두 풀어내지 못한 한 사람의 인생을 작은 생활 물건으로 보여주며, 개인의 기억이 가족과 지역의 역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드러낸다.

화려한 장식보다 오래 간직한 물건의 의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바늘과 천, 수놓인 무늬를 천천히 바라보면 손끝으로 가족의 생활을 지켜온 시간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장날 사진에 담긴 시장 풍경

전두시장 장날을 담은 사진에서는 시장의 현재 모습을 보다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장이 들어선 거리와 물건을 고르는 주민,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한 화면 안에 어우러진다. 햇빛 아래 생긴 그늘과 시장 골목의 움직임도 당시의 시간을 보여주는 요소다.

판화가 개인의 기억과 생업의 도구를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사진은 시장 전체의 흐름을 넓게 보여준다. 두 매체가 함께 배치되면서 전두시장의 사람과 공간, 물건과 시간이 서로 연결된다. 오늘도 문을 여는 상인들의 일상이 전시의 중심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작은미술관 앤드 위치

시설명작은미술관 앤드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로 47
전시명전두시장, 오늘도 문 엽니다
주요 내용전두시장 상인과 주민의 삶을 담은 판화, 사진, 한복, 자수, 생활 도구 전시

이번 전시는 오랜 시장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두시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과 손길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작은미술관 앤드의 전시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판화에 새긴 상인의 기억, 오래된 재봉 도구, 장날의 사진, 보자기에 담긴 한 사람의 시간이 차례로 이어진다.

전두시장은 과거의 기억 속에만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가 문을 열고 하루를 살아가는 생활 현장이다. 전시는 그 사실을 지역 주민의 목소리와 생활 물건을 통해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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