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도 따라 걷는 탄광의 시간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에는 석탄산업의 시간이 마을 풍경과 나란히 남아 있다. 한때 ‘삼척 탄광의 1번지’로 불렸던 흥전1리 삭도마을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용되던 시설의 흔적을 보존하고, 폐광 지역의 산업유산을 활용한 자립형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마을에는 석탄을 운반하던 가공 삭도와 광부 조형물, 갱차를 모는 인물상, 옛 화물열차 등이 자리한다. 과거의 작업 현장과 오늘의 생활 공간이 한 마을 안에서 공존하며 도계 탄광촌의 역사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마을 입구에서 만나는 가공 삭도
흥전1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시설은 오래전에 실제로 사용했던 가공 삭도다. 가공 삭도는 강원도 탄광 지역에서 석탄을 나르는 데 활용됐던 운반 설비다. 영월과 태백, 사북, 도계 등 탄광촌에서 볼 수 있었으나 산업화와 운송 환경의 변화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삭도에 매달려 석탄을 담아 옮기던 쇠바가지는 탄광 현장에서 중요한 운반 수단이었다. 흥전리의 가공 삭도는 1940년 4월 설치돼 1991년 9월까지 약 50년 동안 사용됐다.
당시 흥전항에서 생산한 석탄은 한 번에 0.5톤을 담을 수 있는 쇠바가지에 실렸다. 석탄은 흥전항에서 도계역 저탄장까지 이어진 2,314m 구간을 따라 운반됐다. 현재 남아 있는 삭도 시설은 탄광에서 캐낸 석탄이 저탄장으로 이동했던 과정을 눈앞에서 확인하게 하는 산업유산이다.
| 구분 | 내용 |
|---|---|
| 설치 시기 | 1940년 4월 |
| 사용 종료 | 1991년 9월 |
| 사용 기간 | 약 50년 |
| 운반 구간 | 흥전항에서 도계역 저탄장까지 2,314m |
| 운반 용량 | 쇠바가지 한 개당 0.5톤 |
광부의 노동을 기억하는 조형물
가공 삭도 주변에는 고개를 숙인 채 양손 가득 석탄을 안고 있는 광부의 모습이 설치돼 있다. 갱차를 운전하는 광부 조형물도 함께 배치됐다. 두 조형물은 탄광의 기계와 설비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노동을 동시에 보여준다.
무거운 석탄을 품에 안은 자세와 갱차를 다루는 모습은 당시 작업 장면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삭도와 쇠바가지, 광부와 갱차가 한 공간에 모여 있어 석탄이 채굴되고 운반되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탄광의 기억을 담은 시설 옆에는 천사의 날개와 곰돌이 가족을 표현한 조형물도 자리한다. 산업 현장의 묵직한 흔적과 밝은 분위기의 조형물이 함께 놓이면서 현재의 삭도마을이 관광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을 언덕을 따라 설치된 조형물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옛 스위치백 선로를 달리는 열차
흥전리 삭도마을에는 하이원 추추파크에서 출발한 스위치백트레인이 들어온다. 스위치백은 가파른 산악 지형에서 열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고도를 극복하는 운행 방식이다.
이 관광열차는 과거 영동선 흥전에서 나한정까지 이어졌던 Z자형 스위치백 선로를 체험하는 열차다. 운행 구간은 왕복 약 16.8km이며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40분이다. 단순히 목적지로 이동하는 열차가 아니라 산악 철도의 운행 방식과 옛 선로를 함께 경험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 구분 | 내용 |
|---|---|
| 출발지 | 하이원 추추파크 |
| 체험 구간 | 과거 영동선 흥전 나한정 구간 |
| 선로 특징 |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Z자형 스위치백 |
| 왕복 거리 | 약 16.8km |
| 소요 시간 | 약 1시간 40분 |
열차가 마을에 정차하면 승객들은 내려서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화물열차와 주변 시설을 살펴본다. 마을에는 간단한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는 운영 공간도 있으며 국수와 김밥을 판매한다.
정차 시간이 끝나고 하이원으로 돌아가는 열차의 출발 안내가 나오면 승객들은 다시 객차에 오른다. 마을 입구의 남녀 조형물과 열차가 한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에서는 옛 탄광촌과 관광열차가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열차가 떠난 뒤 돌아오는 고요
열차가 승객을 태우고 떠나면 흥전1리 삭도마을에는 다시 조용한 분위기가 감돈다. 열차가 도착했을 때 승객들의 움직임으로 활기를 띠던 공간은 출발 이후 본래의 차분한 마을 풍경으로 돌아간다.
삭도와 화물열차, 광부 조형물은 정적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관광객이 오가는 순간과 주민들의 일상이 이어지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삭도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마을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고양이도 이곳의 소소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탄광의 기억을 잇는 작은 전시 공간
흥전1리에는 석탄산업의 모습을 전하는 또 다른 볼거리도 마련돼 있다. 작은 미술관 앤드에서는 ‘전두시장 오늘도 문 엽니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공 삭도와 광부 조형물이 야외에서 탄광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작은 전시 공간은 마을 안에서 그 기억을 이어가는 장소다.
흥전리 삭도마을은 대규모 시설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 남은 흔적을 따라 천천히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다. 가공 삭도의 구조를 확인하고, 광부와 갱차 조형물을 지나, 화물열차와 스위치백트레인을 바라보는 흐름으로 둘러볼 수 있다.
석탄을 생산하고 운반했던 시설, 탄광 노동을 기억하는 조형물, 폐선 구간을 활용한 관광열차가 한자리에 모여 도계의 산업사를 보여준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흥전1리의 변화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흥전1리 삭도마을 위치
흥전1리마을회관은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로 41에 자리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공 삭도를 시작으로 주변 조형물과 옛 화물열차, 전시 공간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