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태백산의 가을

2016년 8월 22일 우리나라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태백산국립공원이 2026년 10주년을 맞았다. 1989년 도립공원 지정 이후 국립공원으로 새롭게 출발한 지 꼭 10년이 된 것이다. 이를 기념해 2026년 10월 5일부터 6일까지 1박 2일 일정의 팸투어가 열렸다. 네이버 크리에이터와 일반 참여자들은 태백산 일대를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이번 일정은 빠르게 명소를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숲의 소리를 듣고 생태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눈꽃과 천제단, 겨울 눈축제로 널리 알려진 태백산의 이미지에 가을 숲과 계곡, 고원 생태의 매력을 더한 여행이었다.
국립공원 승격 10주년
태백산은 198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8월 22일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국립공원 승격 1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는 태백산의 자연환경을 직접 둘러보고, 국립공원의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함께 생각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여자들은 태백산민박촌에 집결한 뒤 두문동재와 백천마을, 백천계곡을 차례로 방문했다. 첫날에는 고원 숲길과 자연해설을 중심으로 태백산의 이야기를 들었고, 둘째 날에는 계곡 마을의 생태관광과 친환경 체험을 경험했다.
| 구분 | 주요 일정 |
|---|---|
| 첫째 날 | 태백산민박촌 집결, 두문동재 사운드워킹, 자연해설, 태백호텔 만찬 |
| 둘째 날 | 식당 길 조식, 백천마을 생태관광, 백천계곡 자연해설, 친환경 체험 |
두문동재에서 들은 숲
첫 번째 방문지는 태백과 정선을 잇는 두문동재였다. 해발 1,200m가 넘는 고갯마루에 자리한 숲길에는 가을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참여자들은 걸음을 늦춘 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 소리를 듣는 사운드워킹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풍경만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귀로 숲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조용한 고원 숲에서는 바람과 잎, 발걸음이 각각 다른 소리를 냈다. 참가자들은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주변의 변화를 살피며 가을이 깊어지는 태백산의 분위기를 느꼈다.
이어 태백산국립공원 안주봉 해설사가 두문동재의 자연을 설명했다. 두문동재는 계절에 따라 여러 야생화가 피고 지는 고원 지대로 소개됐다. 길가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나무와 풀, 숲속 생명도 해설과 함께 관찰 대상이 됐다.
특히 다양한 모습의 버섯과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에 관한 이야기가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작은 생명체가 숲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자연환경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해설은 어렵고 딱딱한 설명보다 숲의 특징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돼 현장에는 웃음과 감탄이 이어졌다.
두문동재에 전해지는 이야기
두문동재에는 고려 말과 조선 건국기에 얽힌 설화도 전해진다.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세워질 무렵 새 나라에 반대한 고려의 신하들이 이 일대에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다. 문을 닫고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뜻의 두문불출과 연결된 설화가 남아 있다.
자연과 역사를 함께 듣자 평범하게 보이던 고갯길은 오랜 이야기를 품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참여자들은 숲의 생태뿐 아니라 지명에 담긴 배경까지 살펴보며 두문동재를 입체적으로 이해했다.
첫날 저녁에는 태백호텔에서 만찬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하루 동안 들은 자연의 소리와 숲에서 본 풍경, 해설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나눴다. 이후 태백산민박촌으로 돌아가 산자락 아래에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백천마을에서 머문 가을
둘째 날은 식당 길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백천마을 생태관광 체험으로 이어졌다. 계곡 옆 나무 사이에 설치된 해먹에서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계곡에 사는 열목어를 그려보며 자연에 머무는 시간을 가졌다. 사과전을 직접 부쳐 먹는 체험도 마련됐다.
해먹에 누운 참여자들은 나무 사이로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일정표에 따라 계속 움직이는 관광보다 한 장소에 머물러 계곡과 숲의 분위기를 느끼는 데 의미를 둔 시간이었다. 주변이 차분해지면서 현장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열목어 그리기는 백천계곡의 생태를 친숙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체험이었다. 앞서 그림으로 살펴본 열목어를 실제 서식지에서 관찰하면서 계곡 환경과 생물의 관계를 연결해 볼 수 있었다. 지역에서 난 사과를 활용한 먹거리 체험은 백천마을의 자연과 생활을 함께 접하는 계기가 됐다.
백천계곡과 열목어
백천계곡에서는 첫날 두문동재 해설을 맡았던 안주봉 해설사가 다시 자연해설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계곡을 걸으며 태백산과 백천계곡, 태백산민박촌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야기 형식으로 이어진 해설 덕분에 걷는 동안에도 밝고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백천계곡은 맑은 물에서 사는 열목어의 서식지다. 물속에서는 여러 열목어가 관찰돼 참여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계곡을 관리하는 태백산국립공원의 범위가 백천계곡까지 이어진다는 설명도 함께 제공됐다.
두문동재의 고원 숲과 백천계곡의 맑은 물은 서로 다른 풍경이지만 모두 태백산국립공원이 품고 관리하는 자연이다. 참여자들은 넓은 국립공원 구역을 직접 이동하며 산림과 계곡, 생물 서식지가 하나의 생태환경으로 이어져 있음을 살펴봤다.
자연을 지키는 친환경 체험
국립공원이 준비한 친환경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사과잼을 직접 만들고 자연 속에서 차를 마셨다. 계곡 물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따뜻한 차를 나누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주변 환경을 천천히 느끼게 했다.
백천계곡 사과도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과전과 사과잼 등 지역의 사과를 활용한 체험은 자연을 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먹거리까지 경험하도록 일정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립공원의 풍경을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자연을 오래 보전하려면 방문객도 환경을 함께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체험 속에 담았다. 국립공원 승격 10주년을 축하하는 동시에 태백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해야 한다는 책임을 되새긴 일정이었다.
겨울 너머 발견한 태백산
태백산은 눈꽃과 겨울 눈축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을에는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두문동재에서는 야생화와 버섯, 낙엽이 어우러진 고원 숲을 만날 수 있고, 백천계곡에서는 맑은 물과 열목어 서식지를 관찰할 수 있다. 백천마을에서는 자연 속 휴식과 지역 먹거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한 참여자는 방문 전까지 태백을 겨울 눈축제를 중심으로 알고 있었지만, 일정을 마친 뒤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체험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취지의 후기를 남겼다. 익숙한 지역 풍경도 외부 방문객에게는 태백을 새롭게 기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천천히 걷고 충분히 듣는 여행은 한 지역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한다. 두문동재의 숲길과 백천계곡의 물소리, 자연해설과 생태 체험은 태백산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여러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했다.
참여자들은 계곡 마을의 가을을 둘러본 뒤 태백산민박촌으로 돌아와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립공원 승격 10주년을 맞은 태백산은 지난 10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관심은 태백산을 아끼고 지키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