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천 붉게 물든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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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천 붉게 물든 귀환

한 해 쉬고 돌아온 철암단풍축제

2026년 제15회 철암단풍축제가 강원 태백시 철암동 일원에서 다시 열렸다. 지난해 가을에는 행사가 열리지 않았지만, 올해 축제가 재개되면서 철암천을 따라 형성된 단풍 군락지가 다시 방문객을 맞았다.

축제의 중심 공간은 철암초등학교 앞 행사장이다. 무대 주변에서는 공연을 바라보는 주민과 방문객들이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고, 먹거리 장터의 천막 아래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모였다. 장터에는 바르게살기위원회 등 지역 단체의 이름이 걸렸으며, 주민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방문객을 응대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 해의 공백을 지나 다시 문을 연 축제장은 지역 주민이 직접 꾸린 장터와 철암천의 단풍이 어우러진 생활 밀착형 가을 행사로 채워졌다.

단풍잎을 닮은 축제 풍경

행사장 한쪽에는 창창루트마켓으로 향하는 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창창루트마켓은 오래된 간판과 세월의 흔적이 남은 철암연립상가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꾸려 가는 청년창창루트와 연결된 공간이다.

다른 천막에서는 단풍잎 모양 틀에 반죽을 부어 먹거리를 만들었다. 단풍을 주제로 삼은 축제답게 간식의 형태에도 가을 정취가 담겼다. 무대와 장터의 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문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철암천 주변의 붉은 단풍으로 향했다.

축제장 앞 붉은 아치형 다리에 오르면 철암천과 단풍 군락지를 함께 볼 수 있다. 다리 위에서는 방문객들이 휴대전화를 들어 풍경을 촬영했다. 다리 가운데 놓인 통나무 팻말에는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늦가을 풍경의 인상을 더했다.

철암천을 따라 걷는 단풍산소길

붉은 아치형 다리 아래로는 철암천 물가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단풍산소길 입구에는 구간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산책로는 철암교에서 마두정과 전망대를 지나 시루봉 초입까지 이어지며, 전체 길이는 1km가 채 되지 않는다.

동태백로 인도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길가 단풍나무와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나뭇가지마다 전구 줄이 걸려 있어 해가 기울 무렵에는 낮과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방문객들은 나무 아래에 멈춰 서서 고개를 들거나 휴대전화로 붉게 물든 잎과 하늘을 한 화면에 담았다.

철암 단풍의 특징은 산에 오르지 않아도 물가를 걸으며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암천과 산비탈, 산책로 주변의 나무가 한데 이어지면서 짧은 거리에서도 다양한 각도의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탄광마을의 시간을 품은 철암

철암은 탄광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이다. 한때 이 골짜기에는 50곳에 가까운 광산이 모여 있었고, 국내 석탄 생산량의 30%가 넘는 물량이 이곳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당시 부족한 땅을 확보하기 위해 철암천 쪽으로 기둥을 세워 건물을 넓힌 이른바 까치발 건물이 현재도 철암역 앞에 남아 있다. 철암의 자연경관뿐 아니라 산업화 시기의 생활 환경과 건축 형태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흔적이다.

철암역 옆에는 1935년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무연탄 선탄시설이 자리한다. 이 시설은 2002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석탄을 골라내고 처리하던 산업시설은 철암이 탄광도시로 성장했던 시간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철암 일대의 광산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철암역 뒤편 산비탈에 저탄장을 두었던 장성광업소도 2024년 6월 폐광했다. 광업의 변화 속에서도 철암에는 탄광산업의 시설과 마을 경관이 남았고, 철암천을 따라 자란 단풍나무 군락은 지역의 새로운 가을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열다섯 번째 이어진 물가 단풍

철암천 주변의 단풍나무들은 물길을 따라 작은 숲을 이룬다. 규모가 아주 큰 숲은 아니지만 물과 다리, 붉은 산비탈을 한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어 철암만의 단풍 경관을 만든다. 이 군락지를 중심으로 철암단풍축제는 2026년 열다섯 번째 행사를 맞았다.

축제 기간에는 단풍교에서 제2쉼터까지 걸으며 도장을 모으는 단풍길 걷기 행사도 운영된다. 축제장을 둘러본 뒤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단풍과 철암천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축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철암단풍군락지는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입구에는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철암역에서는 걸어서 약 5분 거리로, 열차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과 절벽이 함께 만든 붉은 장면

축제장 앞 다리에서는 철암천의 전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 한가운데에서는 분수가 솟아오르고, 건너편 절벽은 위에서 아래까지 붉게 물든 단풍으로 이어진다. 물 위로 번지는 색과 산비탈의 붉은빛이 겹치면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다리 위에 머물렀다.

무대에서는 축제의 흥겨운 소리가 이어지고, 먹거리 장터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산책로에서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방문객과 단풍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가을 풍경을 채웠다.

2026년 제15회 철암단풍축제는 한 해의 쉼을 지나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다시 철암천의 가을을 함께 바라보는 자리로 돌아왔다. 탄광마을의 역사적 흔적과 물가의 붉은 단풍, 주민들이 꾸린 축제 공간이 한곳에서 이어지며 철암의 현재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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